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기
- 구분법제시론(저자 : 권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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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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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5,095
- 담당 부서
대변인실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것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개인이 각각 얼굴이 다르듯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서 지혜를 모아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닌가 하는 소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즉, 민주주의라는 것을 단순화 시켜보면, 우리가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국가영역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오순도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상식이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집에서 아들 녀석하고 상당한 기간 대화가 단절된 때가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기는 서로가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아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자기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아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를 않는 아들이 답답해서 화 먼저 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는 나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아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고 이러한 마음을 읽어서인지 아들 녀석도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횟수도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자간에도 이러한데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는 공적인 영역에서 보다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의는 친절하고 고운 말을 쓰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속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말이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친절하고 고운 말이 오고 가는 대화는 상상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럼에도 대화하면서 막말과 폭력적인 말이 난무하는 작금의 세태는 참 안타깝다. 최근에 언론에 이러한 사례들이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한 사례를 보면, 법정에서 69세의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자 39세의 판사는 “어디서 버릇없이 툭 튀어 나오느냐. 할 말이 있으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어서 하라”고 질책했고, 이에 대해서 소송인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통상 ‘버릇없다’는 표현은 ‘어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나무라는 말인데 법관의 법정용어로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또 판사의 법정지휘권도 공무원에게 주어진 권한인 이상 헌법이 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막말과 폭력적인 말로 모욕감과 상처를 주는 경우가 학교나 행정기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 이뿐인가. 새로운 공적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막말을 사용하면서 인신공격을 해 대는 악의적인 댓글이나 텔레비전 화면에서 분노와 적개심에 차 서로 막말을 하면서 토론을 방해하는 방청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을 소위 지도층에 속하는 분들의 경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씁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평생에 무슨 원수를 진 것도 아닐 것이고, 한 분 한 분을 만나보면 선량하고 예의바른 분들일 텐데 무엇이 저분들을 저렇게 화나게 해서 막말을 할까? 조금씩 참고 고운 말만 써도 저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일까?
공무원 특히 행정부에 속한 공무원의 경우에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를 더욱 더 잘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더 친절하고 고운 말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대방이 국민 일 때 더욱 더 그럴 것이다. 결국 행정부의 역할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좋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국민들의 입장과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할 필요가 있고,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억울한 국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헌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적법절차(適法節次)원리에 따라 행정절차에서도 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각종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절차에 관한 일반법으로 행정청이 국민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할 때에는 의견제출, 청문이나 공청회 등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있고, 행정청이 법령의 제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하여 입법예고를 하도록 하여 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며, 국민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사항, 많은 국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항, 많은 국민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주는 사항 등에 대한 정책·제도 및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행정예고를 하도록 하여 국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등 개별법에서 도시관리계획 등 행정계획을 결정할 때에 주민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절차를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정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처분, 행정입법, 행정계획의 수립·집행 등 공무원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행정은 국민들의 생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여 국민들의 의견을 성심껏 정책에 반영하여 집행함으로써 국가의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공무원들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우리 법제처의 주요업무인 법령심사 업무도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를 지켜야할 필요성이 가장 큰 업무분야라고 생각한다. 법제처 법령심사의 목적은 적극적으로 헌법이념을 실현하고, 소극적으로는 법률이나 명령이 헌법과 법률 또는 상위법령에 위반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전체법령 간에 조화를 이루고 정부의 정책의지가 정확하게 반영되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법령심사는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용어 하나, 쉼표 하나 찍는 것도 신경 쓰이고, 오자나 탈자는 없는지, 조문 간에 상충되는 것은 없는지, 법령 간에 상충 되는 것은 없는지, 조문의 내용이 법리상 문제가 없는지, 조문의 문장이 알기 쉽고 명확한지, 빠진 것은 없는지 등 고려할 것이 참 많다. 주무부처에서 잘 해왔으면 좋으련만, 서투르게 해오고, 담당 공무원이 법령안 내용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제점을 지적해도 원안을 고수하기 위해서 자기주장만 하는 경우도 있어 짜증도 나고 때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상 하는 일이 법령심사업무이다. 그러나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은 어쩌다 한번씩 하는 업무이다. 법령작업을 하면서 본래의 업무도 함께 하는 어려움도 있다. 나아가 우리가 하는 법령심사는 주무부처와 협력하여 행정부의 법령을 최종 확정하는 일, 즉 최종안을 입안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법령심사를 받는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들에게 친절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단을 하기 전에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여 그들이 국민을 위해 보다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주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대안을 찾아서 좋은 법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무부처 담당 공무원들에게 심사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해서 법령을 바르게 해석·집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할 필요성을 생각해 보았다. 국민들이 알기 쉽고, 잘 지킬 수 있으며, 현실 타당성이 있는 좋은 법령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법제가족부터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예의를 솔선수범해서 정부부처 나아가 사회에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는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것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