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형량 의 황금분할
- 구분시론(저자 : 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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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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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6,934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이익형량(利益衡量)의 황금분할
崔正一(법제처 사회문화법제국장)
흔히들 법치국가의 원리는 법에 의한 통치의 원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법치주의는 한편으로는 법에 의한 국가권력의 제한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를 도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사회생활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바람직한 사회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복지국가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 양자의 갈등 충돌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 수 있는가가 법치국가의 토대를 튼튼히 세우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에 관하여 살펴본다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대표적으로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基本權)으로 규정하여 보장되고 있다. 기본권은 일반적으로 그 내용을 기준으로 할 때,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적 기본권, 경제적 기본권, 정치적 기본권, 청구권적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으로 분류된다.
평등권중 성별(性別)에 의한 차별의 금지를 위한 중요한 사항으로는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민법의 개정법률안 중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과 부모가 합의하는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성의 권익옹호를 추구하는 여성계와 우리 민족의 전통과 특성을 보존 유지하려는 유림 등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대로이다.
다음으로 자유권적 기본권중 적법절차(適法節次)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행정작용에 있어서의 적법절차(청문 등)는 행정절차법 에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법에는 또한 행정상 즉시강제라는 제도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음반 비디오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제42조에서는 그 내용이 폭력 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의 음반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행정관청은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조항은 법원의 영장 없는 수거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의 영장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법률조항은 급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불가피성과 정당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또한 동조문에서 관계공무원이 당해 게임물 등을 수거한 때에는 그 소유자 등에게 수거증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고, 수거 등 처분을 하는 관계공무원은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이도록 하는 등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상 영장주의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 제17조에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을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정보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인의 사생활은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대다수 국가들이 사생활을 법률 혹은 헌법의 차원에서 보호하고 있다. 최근의 네이스(나이스) 사건에 있어서의 국민의 뜨거운 관심이 이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도 물론 그 한계가 있는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든지, 사회윤리나 헌법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헌법 제19조 및 제20조에는 양심 및 종교의 자유가 규정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경우를 중심으로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하여, 집총을 거부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고 있다. 미국 독일 등에서는 집총이나 전투에 종사하는 것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고 확신하여 이를 거부할 경우, 양심적 집총거부자라 하여 헌법이나 법률로써 병역을 면제해 주고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대체근무를 하게 하는 제도가 있으나,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것을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종교를 이유로 한 “양심상의 결정”으로 군복무를 거부한 행위는 병역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국민의 관심을 많이 끄는 권리로서 알 권리라는 것이 있다. 알 권리라 함은 모든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일반적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는 언론 출판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고,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이 1996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알 권리의 제한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교도소의 수형자가 읽는 신문기사의 조직범죄 등 일정부분 삭제행위에 대하여 판시하면서 알 권리의 제한에 있어서 이익형량의 원칙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요즈음 인터넷 등 온라인매체의 역기능 중의 하나가 스팸메일(spam mail)이다. 이는 PC통신망이나 인터넷에서 이용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보내지는 각종 홍보, 상업성 전자우편으로서 이로 인해 개인은 시간 낭비, 필요한 정보수신의 방해, 바이러스 감염 등 시스템의 손상, 사용요금 낭비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을 통하여, 이용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전자우편을 보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스팸메일의 규제문제는 스팸메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불이익을 줄이려는 공익과 기업의 광고표현의 자유(상업적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또다른 공익의 갈등의 조화, 그 이익형량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둘러싸고 사회적 위화감 조성 내지 경제발전에의 장해요인 등을 이유로 하여 정부의 시급한 대책이 요청되고 있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제들이다.
헌법 제23조에서는 개인을 위한 구체적인 재산권과 법제도인 사유재산제도를 보장하는 동시에, 사유재산제의 한계와 구체적인 재산권의 내재적 한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0여년 전에 도입된바 있는 토지공개념 법제의 재도입 보완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의 성질상 부과되는 사회구속은 물론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라는 공익적 필요가 있으면 일정한 한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비례성 또는 균형성이라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거나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토지소유권은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것일 수가 없고, 공공의 이익 내지 공공복지의 증진을 위하여 실정법상의 여러 의무와 제약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되었는데, 이것이 ‘토지공개념이론’이다 라고 판시한바 있다. 토지공개념이론에 기초하여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의 환수 및 사회적 환원을 위한 개발부담금, 토지초과이득세, 토지거래허가 신고제 등이 마련되었다. 이들중 토지거래허가제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론(4인), 위헌론(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 3인, 이에 대한 형벌부과만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 1인으로 총 4인)으로 위헌불선언으로 끝났고,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제도는 극히 예외적 제도인데도 신중성이 결여되었고, 지가의 등락에 관계없는 징세는 헌법상 사유재산권보장에 위반되며, 고율의 단일비례세로 한 것은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의 평등을 저해하고, 토초세액 전액을 양도세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는 것은 실질과세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으며,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소유목적이나 택지의 기능에 따른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200평으로 소유상한을 제한한 것은 적정한 택지공급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며, 택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그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법시행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소유상한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침해이자 신뢰보호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렸고,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일부조항에 대해서만 위헌결정을 내린바가 있다.
아무튼 토지공개념 법제의 재도입문제의 성패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판시내용을 반영하면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급등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헌법 제15조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하고 이에 종사하는 등 직업에 관한 종합적 포괄적 자유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담배소매인의 자판기의 설치에 대해서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담배자판기설치의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로 인해 담배소매인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되더라도 법익형량의 원리상 감수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 제31조에서는 능력에 상응하는 교육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교육의 기회균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법앞에서의 평등의 이념을 교육의 영역에서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하급심판례중에는 약대입학시험에서 지원자가 지체부자유자라는 이유만으로 불합격처리한 것은 사립대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존중할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헌법상의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의 측면에서 현저하게 균형과 공평을 잃은 행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
또한, 헌법 제32조에서는 국가유공자 등의 근로기회를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공로에 대한 국가적 보상이며,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국가유공자와 그 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제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가산점제도의 입법목적은 국가유공자등에게 가산점의 부여를 통해 헌법상 규정된 우선적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으로서 그 외의 자의 근로의 기회는 그러한 범위내에서 제한될 것이 헌법적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익형량의 원칙이 적용된 주요한 사례를 들어보면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한 개인택시 운전기사에게 음주운전을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한 사건에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음주운전을 이유로 한 운전면허의 취소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음주운전을 예방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익)이 개인택시운전기사가 그로 인하여 받는 불이익(생업의 상실과 운전면허의 상실로 인한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 충돌, 조정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이익의 비교형량이 그 중심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법학에서는 이것을 비례의 원칙의 문제라고도 한다. 이 난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또한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야말로 법과 정의의 영원한 문제, 입법자와 법제인을 괴롭히는 엄중한 책임과 의무의 문제임이 틀림없다. 사회구조에 대한 전문지식의 탐구, 인간의 깊은 심성에 관한 겸허한 사색, 법의 근본정신에 대한 꾸준한 관심, 법논리의 치밀한 재무장, 그리고 입법자와 법제인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철저한 인정과 기도(祈禱)의 자세만이 그 무거운 책임과 의무의 중압을 다소라도 이겨내는 길이 아닐까 사슴이 시냇물을 갈급(渴急)하는 것 같이 이 난제 앞에 서 있는 모든 입법자와 법제인의 분발과 건승을 삼가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