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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순리와 법
  • 구분시론(저자 : 유병훈)
  • 등록일 2009-01-01
  • 조회수 4,116
  • 담당 부서 대변인실
자연의 순리와 法 유병훈(법제처 법제조정실장) 재작년 1월 법제처에서는 참여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법제처를 상징하는 로고를 물이 흘러가는 형상으로 바꾼바 있다. 法若水去이런가. 초대 법제처장 유진오 선생께서도 이러한 휘호를 법제처에 남기셨다고 들었다. 고전에 이르기를 上善若水라 하였고, 그 이유로 몇 가지를(어디에나 담길 수 있는 유연함과 포용성, 낮은 데로 흐르는 겸허함, 철저하게 약하되 무엇보다 강한 무한한 힘) 들고 있지만, 물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오늘날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法에 관한 이러한 말씀들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인간이 만드는 법도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물이 흘러감과 같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이 끊임없이 국민의 뜻에 따라서 국민의 어려움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입법), 운영(해석 집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느껴진다. 法에 대해서는 정의와 공평의 실현수단, 국민의 공감대를 기초로 한 구속력 있는 합의,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율하고 국가경영의 기틀을 형성하는 제도적 수단 등 많은 타당한 견해가 있지만, 필자는 이러한 관념의 근본에는 國泰民安을 추구하는 제도적 기반으로서의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고 규정하여 국가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국법체계의 전반에서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다하도록 천명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와 국가가 이를 적극 보호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는 것이라 한다. 그간 필자는 정부의 일각에서 입법관련 사무를 담당하면서 늘 법을 만드는 어려움을 느껴왔다. 때로는 法을 만드는 弊 에 관한 고사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전국시대의 법가로 알려져 있는 상앙(공손앙)의 법은 엄하고 빈틈이 없었는데(예컨대, 백성들의 토지를 측량하여 일보가 여섯자를 넘으면 세금을 포탈하려는 짓이라 하여 처벌하고, 농사에 쓸 수 있는 재를 길에 뿌리면 게으른 놈이라 하여 처벌), 군주가 바뀐 후 파직되어 도피 중에 어느 여관에서 하루 밤을 머무르려 하자 그 주인이 “상앙이 만든 여권이 없으면 나까지 잡혀간다”면서 거절하는 것을 보고 상앙은 비로소 자기가 만든 법이 이렇게 까지 심하였나를 깨달았고, 결국은 자기가 만든 법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는 고사이다(史記). 이는 무릇 입법자는 무엇보다 사람을 긍휼이 여기고, 동양적 관념으로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라는 것이며(易地思之), 서양적 관념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라(Hear the other side!)는 교훈으로 생각된다. 서양의 법언중에 필요는 법을 모른다 라는 이른바 필요성의 법리 가 있다. 크게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이 발동되지 않도록 실정헌법에서 그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법리가 반영된 사례로 들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을 입법자의 이상만을 가지고 금지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법리로 해석된다. 이러한 금지나 강제는 법적 실효성 여부의 문제를 넘어서 그 자체로 개인생활에 관한 기본적 인권을,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 실정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재 총리령(법제업무운영규정시행규칙)에 명시되어 있는 법령입안심사기준중 첫번째 기준이 바로 입법의 필요성 이다. 이 기준은 앞에서 본 고전적인 필요성의 법리 를 포괄한다. 또한 헌법 제37조제2항(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의 규정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을 하는 경우 그 집행과정에서도 원래의 입법취지를 넘는 과잉단속의 폐단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옥외광고물등관리법 제21조(적용상의 주의 ; 이 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기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와 같은 주의적 규정 내지 해석적 규정을 명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규정은 당연한 것으로 사족이 아닌가 하는 논의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사안에 따라서는 헌법 제10조 후단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입법적으로 재확인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법제정의 어려움에 관해서 황덕남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우리 민법제정시 국회 민법기초소위위원장의 점진적 개혁론을 서두에 인용하면서 “법은 이상과 현실의 가교이다. 법은 사회가 이상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위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고, 법의 수위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는 현실을 고려하여야 한다.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상지향적이 되어야 한다. 입법자 내지 조정자의 역할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의도와 다를 수 있고, 그 역할이 결과의 차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형평과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라는 요지의 강의를 한 바 있다(2004. 5. 28. 법제처 회의실). 유념하여야 할 내용이며, 무엇이 이상 인가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생각된다. 국내외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공익과 사익, 공익과 공익, 사익과 사익간의 형량 조정을 함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와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좋은 법을 만들 수 없고, 집행에 있어서 破邪顯正 의 의미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조정자 내지 심사자의 역할에 관하여 한 가지만 더 굳이 덧붙이자면, 자신이 판단을 하려는 마음조차 갖기 전에 제안자의 입법의도를 충분히 자기 것으로 파악하고 이해하여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대안의 강구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념적 논리에 집착하여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여서는 아니 된다. 인공심장이 그 정확한 규칙성에 있어서는 자연의 심장보다 우수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유연한 규칙성을 가진 자연의 심장에 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이란 자연의 심장 같은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위헌론의 제기에 있어서는 지극히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섣부른 위헌론의 제기는 다양한 대안의 모색을 위한 논의자체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헌법의 개방성과 역동성에 부응하기 위한 국민대표기관의 입법형성권을 제약하고 법령의 형식화 내지 고정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헌법상 법률유보가 없는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그 기본권의 행사에 의해서 타인의 기본권 또는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다른 가치와 충돌이 생기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과 헌법이 추구하는 전체적인 가치질서의 관점에서 그 기본권에 대한 개별적인 관계에서의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외국의 이론 판례(기본권의 내재적 한계에 관한 독일의 규범조화를 위한 한계이론)도 하나의 참고적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새해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시책중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활성화이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국가의 기본권 확인의무와 보호 실현의무를 강조한 바 있지만, 국가가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력이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이라면, 또한 그 경제력의 대표적 징표가 기업경쟁력이라면 이를 제고할 수 있는, 그리고 경제주체 일반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무리 없는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새해에도 물이 흘러감과 같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법이 만들어지고, 해석 집행되어 전체로서의 법 의 고품질화와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힘을 배가하는 혁신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 참고로 다음의 글은 필자가 1984년 7월 법제처 월례 조회시 발표했던 원고인데, 오늘의 주제와 관련하여 당시의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법제사무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에 대한 회고와 반성적 의미에서 원문 그대로 덧붙인다. ○오늘 저에게 주어진 강의과제는 민주정치와 공무원의 자세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미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보편적으로 충분한 인식을 가지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정치란 민주주의를 그 이념이나 내실로 하는 정치형태를 뜻합니다. 민주주의란 간단히 말해서 국민의 지배와 치자와 피치자의 동일성의 원리를 그 이론적인 기초로 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근대적 정치원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링컨대통령이 게티스버그에서 행한 연설에서 나타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영원한 정부의 소망은 곧 민주주의제도의 단적인 표현입니다. ○어원적으로 볼 때에도 민주주의는, 즉 democracy 라는 용어는 사람들이라는 demos 와 권력 또는 권위라는 kratos 가 결합된 것으로서 기본적인 권력이 사람들 모두에게 속해 있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 제5공화국 헌법은 그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 - - - 」라고 천명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정치이념입니다. ○이 민주주의제도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조화력 속에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생명의 재생력을 지니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며 구체적인 생활양식입니다. 왜냐하면 초월적인 1인이나 소수의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구성원, 즉 전 국민 하나 하나의 능력과 의지와 지혜와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전 국민의 총화의 힘에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공산주의자들도 그들의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합니다. 인민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후진국에 있어서 통치자들도 그들의 통치형태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합니다. 교도적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것이 그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라는 이름위에 구태여 그런 관사가 붙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민주주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역사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참다운 민주정치를 구현한다면 구태여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는 민주정치의 기본원리 내지는 기본요소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주주의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와 평등 및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는 제도입니다. ○우선,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인격의 주체로서 불가침적인 존재를 뜻합니다. 이 인간의 존엄성은 우리 동양에서는 인내천사상으로, 서양에서는 인간은 하나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종교사상으로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우리 헌법 제9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보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이와 같이 민주주의 사고방식의 핵심개념이며 거기서부터 민주주의의 다른 모든 원리들이 흘러 나온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과 그에 따른 기본권의 보장은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의사회의 유일하고도 확실한 기초입니다. ○인간이란 Kant가 말한 것처럼 그 자체가 목적이지 결코 그 무엇의 수단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모멸로부터 전체주의가 생겨나고, 인간을 수단으로 밖에 보지 않는 경우에 국가지상주의나, 계급독재 등의 또 다른 형태의 독재정치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과 함께 민주주의는 또한 모든 개인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똑같은 육체적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거나 세상의 물건을 똑같이 나누어 갖도록 하자는 것을 강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인간의 평등사상도 고대로부터 면면히 계승되어 내려온 것으로 그리이스 시대의 평등사상은 곧 정의관념과 결부되어 있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일반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로 나누어 특수적인 정의를 평등이라 하고, 이 평등을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나누어 절대적인 평등과 상대적인 평등으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중세의 평등사상은 신 앞의 평등으로서의 의의를 지녔고, 근세에 이르러 신 앞의 평등은 법률 앞의 평등으로 발전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만인의 평등 내지는 법 앞의 만인의 평등이라는 점에 그 중점을 두게 되었는데, 여기서 평등은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금지한다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합니다. 상대적 평등의 기준으로 독일에서는 자의의 금지를 들고 있는데, 그것은 “본질적으로 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불평등하게 취급하거나,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을 자의적으로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민주주의 기본원리 아래서도 이미 명백해 졌지만 민주주의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에 입각한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확보되는 분위기 속에서만 번영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 하더라도 한 개인만을 위한 완전한 자유는 주장하지도 또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절대적 자유란 무정부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데, 그 무정부상태는 불가피하게 또한 급속하게 강자에 의한 지배로 몰고 가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다른 사람 모두의 자유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바꿔 말씀드리면, 나의 자유는 남의 책임에 기반을 두며, 나의 책임은 남의 자유의 기반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껴온 우리나라 민주주의 토착화의 요소로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 저도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 당시 여당후보는 국민들에게 한 번만 표를 달라고 눈물로 유세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유신체제에 접어들어 다시는 국민들에게 굳이 한 표를 달라고 말할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비극적인 방법으로 지킨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그 “유신체제”도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였지만, “유신만이 살길이다”라는 유신교육을 받고 공무원시험을 치러 유신시대에 공직에 들어온 지금 아직도 가치관의 혼란과 자조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옛말에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절대적인 권력은 국민의 자유스런 의사에 의해서 민주적으로 대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체제를 뜻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제5공화국 헌법이 평화적 정권교체를 보장한 것은 대한민국 기본질서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보장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헌법은 장기집권의 소지를 없애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달성하기 위하여 대통령의 중임을 금지하고,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제안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하는 초유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의 법사상가로 유명한 라드부르후는, 민주주의 본질을 자유에 입각한 상대성 중립성과 관용사상으로 보았는데, 이 자유 상대주의 중립성 관용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수의 지배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초월적인 1인이나 소수의 지배 그 자체는 이미 민주주의가 아닐뿐더러 설사 그것이 민주주의의 하나의 방편으로 이용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자유가 없고, 상대주의 대신에 절대주의가 있고, 중립성 대신에 편파성이 있고, 관용사상 대신에 잔인사상이 있을 우려가 있습니다. 헤겔이 역사발전의 법칙을 유일자의 자유에서 소수자의 자유로, 또 다시 전체자의 자유로 나간다고 설명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지금까지 민주정치는 민주주의를 그 이념으로 하는 정치형태로서 그 이념은 몇 가지 기본적 원리를 필연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민주정치발전을 위한 공무원의 자세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공무원은 당면한 선진조국의 창조가 바로 민주사회의 건설임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주의 이념에 투철하고, 이를 생활화하여 보다 철저한 봉사자세를 가져야 하며, 국가사회전반에 걸쳐 흑백논리나 획일주의를 배격하고 지역간이나 계층간에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 지난 5월에 방한하신 요한바오로 2세는 1981년 신년사에서 “정의라는 이름 밑에 세계 도처에서 진행되는 불의와 폭력”을 개탄하신 바 있습니다. 국민 앞에 정의사회의 구현을 외치는 우리 공무원은 스스로 먼저 정의로와 지지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가 말하는 것은 정의 그 자체가 아니라 정의라는 말 뿐입니다. 정의라는 말이 깊은 성찰없이 흔하게 쓰여져서는 타락한 정의밖에는 남을 것이 없습니다. ○ 또한 우리가 여러 가지 정화운동을 전개함에 있어서 남에게 그 책임을 묻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법과 결과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충분한 법적근거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면, 언젠가 다시 우리에게도 그 책임을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번에 보도된 부동산과열투기현장, 대구 경북아파트 붕괴위험사건, 택시운전수 시위사건 및 동두천 난동사건은 요즈음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얼마의 돈을 남기기 위하여 사람이 살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하거나 부실하게 짓는 다거나 공평관념에서 이탈한 배분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우리 공무원이 가장 경계하고, 바로 잡아야 할 금전만능의 병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국민의 불만은 내가 가난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은 못사는데, 부정직하고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엄청난 상대적 빈곤감의 증대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밤에 방영된 수사반장 사회문제시리즈 “황혼”을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그 극은 주인공인 노교수가, 대학을 졸업한 지 10여년이 지난 제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술에 취한 제자를 집으로 대려 온 노교수는 그 제자가 하는 말, 즉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온 나는 집도 제대로 없고, 가진 것도 제대로 없는데, 정작 선생님은 호화주택에 고급승용차를 굴리고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는 질책에 충격을 받아 결국은 자살에 까지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그 극중 노교수의 부인은 세칭 복부인으로 등장합니다. 좀 지나친 결론의 전개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요즈음의 사회문제를 단적으로 조명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우리 공무원은 선진조국의 건설을 위하여 매진하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병폐를 시정하기 위하여는 우선 공직에 몸담고 있는 우리가 매사에 솔선수범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한이 있는 자가 솔선수범하고,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지도력보다 더 강력하며, 어떤 논리의 말보다 더 설득력을 가집니다. ○ 물론 공직자나 지도층이라고 해서 곧 성인군자일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만, 논어의 장자편에 있는 것처럼 “자기에게 절실하게 묻고 널리 배우되, 그 뜻을 주체적으로 돈독히 하는데”서 우리의 주변을 나날이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며칠 전 있었던 동두천사건은 공직자가 국민의 존엄성을 전혀 무시한 공직사유관 등으로 인하여 노정한 병리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피해를 당한 국민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우리가 역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제5공화국의 출범에 즈음하여 대통령각하께서 주창하신 “해방의 정치” 즉 전쟁의 위협으로부터의 해방,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정치적 탄압과 권력남용으로부터의 해방을 우리정치의 요체로 알고 있습니다. ○ 우리는 금전만능의 물질주의가 지배하고 상대적 빈곤이 증대되는 곳, 국민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의 남용이 있는 곳, 이러한 어두운 곳들이 북한공산집단의 선전대상이 되고, 또 침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직무에 임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일반적인 공무원의 자세를 말씀드렸습니다만은 이제부터는 우리 법제처에서, 입법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점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연초에 대통령각하께서는 쉬운 법령용어를 쓰도록 지시하신 바 있습니다. 법은 사회생활의 규범이요, 사회생활은 곧 대중의 생활인데 이 대중의 생활성을 경시하고, 법령을 법률전문가 등만이 알 수 있도록 어렵게 만들어 온 것이 지금 현실의 일각입니다. 법령의 체계가 복잡다단하고 그 용어가 난잡, 전문화하여 일반국민이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데서 법령이 법률전문가나 관료들의 직업도구화 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법치주의의 실을 거두기 어렵게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우리는 행정관계법령 뿐만 아니라 민사법 형사법 등에서도 일반국민의 법의식과 거리가 먼 난삽한 용어를 계속 정비하여 보통사람이면 누구든지 법령을 이해하고, 그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며, 법령을 전문적 직업적인 학문의 대상에서 개방하여 국민일반의 생활교양이 되도록 적극 유도하여야 할 것으로도 생각합니다. ○ 둘째로, 우리는 옛날 악법도 법이라 하는 소크라테스의 비극에서 본바와 같은 법률의 비극을 경계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근래까지 볼 수 있었던 유언비어 금지나 사실왜곡 금지 등을 다룬 법령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로, 코에 걸면 코걸이로 둔갑할 수 있는 구성요건을 법령으로 강제하게 되는 경우가 없도록 항상 성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성인군자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높은 도덕수준을 범인들에게 요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을 죄인시 하게 되는 법률의 희극을 연출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볼 수 있는 금주법 등이 그런 것 들이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가정의례관계법령등 일부규정이 즉, 하객이나 조객에게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조차 처벌하는 규정들이 그런 종류의 것들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보통사람을 성인군자로 승격시킬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죄인으로 격하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 우리 법령은 그저 평범한 사람에게는 평범한 것만을 기대하면 족한 것이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면 멀쩡한 사람을 앉아서 죄인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 무엇이고 법률이면 가능하다는 이러한 사고방식처럼 법치주의의 정착을 해치는 사상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 결론적으로 우리 법제처 공무원은 민주정치의 기본이념에 입각한 정의관념으로 무장하여 법령을 평가하고 입안함으로써 선진조국의 창조에 기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우리는 먼저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명예를 위해서, 둘째로는 우리가 소속한 법제처의 명예를 위해서, 마지막으로는 우리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힘껏 매진해야 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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