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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대 이완규 법제처장] 행정의 본질, 법령해석에서 찾는다(대한경제신문 23.06.19.)
  • 등록일 2023-06-19
  • 조회수6,092
  • 담당부서 처장실
  • 연락처 044-200-6503
  • 담당자 강민정

행정의 본질, 법령해석에서 찾는다

 

행정이란 무엇일까. 독일의 저명한 공법학자 포르스트호프(E. Forsthoff)행정은 묘사할 수는 있으나 정의할 수는 없다.”라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이니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누군가 행정이 무엇인지 필자에게 묻는다면 행정부의 법제 업무를 총괄하는 법제처의 장으로서 정리해 둔 나름의 답은 가지고 있다.

 

그 나름의 답을 말하기 전에 최근 법제처의 법령 유권해석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건축 관계 법령 중 하나인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일정한 건축물의 주요구조부를 내화구조(耐火構造), 즉 화재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주요구조 중 계단이 철골조에 해당하면 내화구조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고시인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서는 철골조라는 용어 대신 강구조, 경량강구조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건축 실무상 철골조는 강구조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므로, 이를 종합하면 경량강구조로 이뤄진 계단도 내화구조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된 사안이다.

 

철골조와 강구조의 의미를 단순히 강철로 만든 건축물의 구조로 이해한다면, 경량강구조 역시 구조의 두께, 중량이나 구성에 차이가 있을 뿐 강구조에 해당하므로, 철골조에도 해당하며, 내화구조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건축 관계 법령에서 일정 건축물을 내화구조로 만들도록 한 취지는 그 건축물에서 화재가 확산되거나 화재로 건축물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해 국민의 생명,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철골조나 강구조보다 두께가 얇거나 중량이 적은 경량강구조가 철골조나 강구조와 같은 정도의 내화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앞서 본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서는 공장제조 과정에서 건축구조의 변형이 발생한 경우 강구조는 600이상으로 가열하여 교정하도록 한 반면, 경량강구조는 450이하로 가열하여 교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강구조와 경량강구조가 두께 및 중량 등의 차이로 교정을 위한 변형온도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서, 변형온도는 내화성에 직결되는 요소이므로 변형온도가 낮다면 내화성 역시 약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법제처는 경량강구조로 이뤄진 계단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내화구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철골조, 강구조 등의 용어가 재료를 기초로 설명되고는 있으나, 건축구조의 내화성과 관련하여 사용될 때에는 재료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두께, 중량, 구성 등까지 고려하여 내화구조임을 인정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가 두터워지는 방향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의 문제와 답으로 돌아가자. 행정(行政)에서 은 행한다는 뜻이며, ‘은 바르다는 뜻의 과 글을 뜻하는 이 합쳐진 단어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행정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수많은 글들로 이루어진 국가의 모든 규범을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다. 올바름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은 단순한 기계적 집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용어의 사전적 의미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용어가 쓰인 이유까지 깊이 살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규범이 무엇인지를 밝혀 이를 행하는 행정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법제처는 앞으로도 행정의 본질에 부합하는 법령해석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그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려 한다.